“장애인의 날’은 없다, 오늘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다”
정부 주도 ‘시혜·동정 행사’ 정면 거부 선언
“우리는 더 이상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니다” 장애인권리 쟁취 투쟁 선포
【청주일보】 청주일보 =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언하며 정부·지자체의 공식 기념행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섰다.

이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1년에 단 하루 주어지는 일회성 행사나 위선적인 친절이 아니다”라며 “시혜와 동정을 거부하고,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는 먼저 이 날의 역사적 기원을 문제 삼았다.
“노동절, 세계여성의 날,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등 소수자들의 기념일은 당사자들의 권리를 위한 치열한 투쟁과 그 역사적 성과를 기리기 위해 제정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장애인의 날’은 이와 전혀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1972년 민간단체의 ‘재활의 날’에서 시작되어, 1981년 전두환 군부 독재정권에 의해 ‘심신장애자의 날’로 지정된 것이 그 뼈아픈 출발”이라며 “장애인들의 주체적인 투쟁이나 성과 없이 철저히 정치적 선전물로 시작됐기에,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날은 전시행정의 표본이 되어 왔다”고 비판했다.
연대는 매년 반복되는 ‘감동 서사’ 중심의 기념행사도 정면 겨냥했다.
“오늘 하루,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얼굴을 비추고, 언론은 장애인의 삶을 눈물겨운 ‘인간 승리’와 ‘감동의 드라마’로 미화하며 장애극복상을 수여해 왔습니다”라며 “하지만 이러한 ‘재활 이데올로기’는 장애인을 비장애인 중심의 세상에 억지로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불쌍한 존재로 규정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랑’과 ‘온정’이라는 가면을 쓴 시혜와 동정은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 구조를 교묘히 은폐하고 지배 권력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기만적인 행태에 불과합니다”라며, 이른바 ‘장애 극복’ 담론이 구조적 차별을 가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02년 시작된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의미도 재확인했다.
“2002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을 통해, 우리는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최저생계 보장 등 동등한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를 외쳐왔습니다”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권리”라고 밝혔다.
또한 “2003년 최옥란 열사의 기일인 3월 26일부터 노동절까지 이어지는 투쟁을 정례화하며 우리는 동정과 시혜를 거부하는 주체적인 권리의식을 벼려왔습니다”라고 상기시키며, 투쟁의 역사가 단지 상징적 구호가 아니라 실제 거리와 현장에서 쌓아온 결과임을 분명히 했다.
연대는 연대의 외연도 강조했다.
“우리의 투쟁은 단단한 연대 속에 있습니다. 노동, 인권, 사회, 학생 단체 등 우리 사회의 진보 운동과 폭넓게 연대하며, 장애운동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물고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시민을 향한 메시지도 분명했다.
“시민과 동료 시민 여러분께 분명히 밝힙니다. 우리는 더 이상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닙니다. 장애인을 억압하는 구조를 은폐하는 기만적인 ‘장애인의 날’을 거부합니다”라며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직접적인 투쟁과 연대를 통해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당당히 쟁취해 나갈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끝으로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모든 억압과 차별이 철폐되는 그날까지 우리의 투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시혜와 동정을 거부하고,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쟁취합시다”라는 구호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4월 20일을 둘러싼 ‘축하의 날’과 ‘투쟁의 날’ 사이의 간극이 선명해진 가운데, 이들의 선언이 지역사회와 제도 개선 논의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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