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40일간의 여정 마무리
32개국 1192점의 “공생의 도구”, 팬데믹에 지친 인류 보듬은 위로의 메시지
드론투어, VR갤러리, ASMR, 브이로그...전시의 패러다임을 바꾼 온라인 비엔날레
빈틈없는 방역, 1명의 확진자 발생 없는 안전 비엔날레로 위드코로나 시대 국제전시행사의 새 지평 열어
초대국가 주빈국 프랑스와 ‘직지’와 ‘공예비엔날레’를 기반으로 지속교류 약속, 국제적 네트워크 확대
‘공예도시 청주 선언’, 선언을 넘어 현실로
【청주일보】 박창서 기자 = 명불허전이었다. 22년이라는 역사의 힘과 11번의 개최 경험으로 쌓은 내공은 위기 앞에 더욱 빛을 발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우리 삶을 이롭고 즐겁게 만드는 도구, ‘공예’가 가진 그 본연의 가치로 ‘공생’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한 40일의 대장정.
인류는 결코 각자 도생할 수 없다는 처절한 교훈을 던진 팬데믹 시대 앞에 ‘공생의 도구’라는 명제를 꺼내 놓았던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는 마침내 팬데믹에 지친 인류에게 진정한 ‘공생의 도구’가 됐다.
◆ 17일, 40일 여정의 마침표를 찍다 – 공예도시 청주 선언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위원장 한범덕 청주시장, 이하 조직위)는 17일 오후 7시, 비엔날레 주 전시장인 문화제조창 본관 5층 공연장에서 폐막식을 갖고 ‘공생의 도구’를 주제로 펼친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40일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한 것을 감안해 조직위원장인 한범덕 청주시장을 비롯해 임미선 예술감독과 파트너십 기업 대표 등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으로 생중계 된 이번 폐막식은 비엔날레와 함께 한 40일의 기억을 회고하고 안전하고 성공적인 마무리를 축하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특히,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공예도시 청주 선언’이 공표돼 이목을 끌었다.
‘공예도시 청주 선언’은 비엔날레 22년의 역사를 구심점으로 청주의 공예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공예도시 청주의 비전과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다짐을 명문화한 것으로 ‘공생’을 추구하는 공예적 가치로 시민과 공동체의 행복 그리고 예술과 인류 문명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출사표인 셈이다.
선언의 주요 골자는 ▲ 시민의 건강한 삶과 문화기본권을 위한 일상 공예문화 형성으로 시민의 행복한 미래 창출 ▲ 전통적 공예과 동시대 공예의 조화로운 진화를 통한 미래 공예 선도 ▲ 전문 공예인의 역량 지원과 시민의 공예적 삶을 연결해 공예로 생동하는 도시 구현 ▲ 세계와 청주를 잇는 글로벌 공예 플랫폼 ‘공예비엔날레’와 ‘한국공예관’을 통해 세계 공예문화 매개 이다.
이 같은 의지를 담아 폐막식에 2시간 앞서 충북 공예인들과 함께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을 문화제조창에 식수한 조직위는 나무와 더불어 성장해갈 ‘공예도시 청주’의 내일을 기대해줄 것을 당부했다.
◆ 32개국 1192점의 “공생의 도구|, 팬데믹에 지친 인류 보듬다
‘공예도시 청주 선언’을 태동한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9.8.~10.17.)는 22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최초이자 최대규모 공예전시의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공생의 도구>라는 주제 아래 세계 32개국 309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1192점의 작품을 선보인 이번 비엔날레는 수준급 전시 구성과 작품의 예술성, 화제성으로 연일 국내외 공예 관련 전문가들의 주목과 찬사를 얻었고,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매진 사례가 속출할 만큼 관람객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루 입장객 1500명으로 제한한 방역 여건 아래서도 현장관람객 3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다.
40일 내내 포털사이트마다 공예비엔날레 관람 후기와 인증사진이 앞 다퉈 업 로드됐고 주말과 연휴마다 매진 사례가 이어졌다.
일간에 이어 주간, 월간, 연간까지 온라인 예매 사이트 국내 전시 예매율 랭킹 1위를 연달아 석권했고 입소문은 다시 관람객을 불러 모으는 힘이 됐다.
이렇듯 40일 내내 흥행을 이어온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는 특히, 그 어느 때보다 ‘공예’의 본질에 다가선 ‘공예다움’을 실천한 비엔날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00% 오직 공예작품만으로 전시를 구성해 역대 비엔날레에서 꾸준히 지적된 공예 전문 비엔날레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정립한 것은 물론,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는 ‘도구’에서 출발한 공예 본연의 자세를 각성하고, 그 ‘도구’를 어떻게 대하고 사용해야 인류가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지 담론을 이끌어냈다는 극찬을 얻었다.
덕분에 오랜 팬데믹과의 싸움으로 지쳤던 인류는 공생의 도구가 전하는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로 모처럼 평안했고, 비엔날레는 그렇게 우리에게 ‘공생의 도구’가 됐다.
◆ 전시의 패러다임을 바꾼 온라인 비엔날레는 앞으로도 진행형
코로나 팬데믹 한가운데 막을 올렸기에 사상 첫 온라인 비엔날레를 병행하게 된 이번 행사는 직접관람과 랜선 관람에 감동의 차별을 두면서도, 작품이 전시장에 놓이기 이전의 시간을 엿보게 하는 다양한 접근으로 기존 전시의 틀을 깨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코로나19로 국내외 관람객의 직접 방문이 제한적인 만큼 본전시를 비롯해 초대국가관, 국제공예공모전, 충북공예워크숍, 크래프트 캠프, 미술관 프로젝트 등 모든 프로그램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했으며, 전 세계 랜선 관람객의 반응 또한 폭발적이었다.
360도 메타포트 3D촬영으로 실제 전시장에 온 듯 둘러볼 수 있게 한 VR갤러리는 기본, 모바일 앱 오디오 가이드(큐피커) 운영, 작가의 작업과정 및 인터뷰 영상 등은 이해도 높은 전시 관람을 유도했다.
특히, 실내인 전시장을 드론으로 촬영해 관람자에게 신선한 시각을 제공한 <드론 투어>는 국내외 어느 국제전시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시도로 이번 온라인 비엔날레의 시그니처 콘텐츠가 됐다.
이와 더불어 작가가 재료를 다루는 순간부터 최종 작업에 이르는 과정까지의 ‘소리’를 극대화해 새로운 감각의 공예를 만나게 하는 <ASMR 공예>,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촬영한 <브이로그 공예> 등 색다른 온라인 관람 방식은 팬데믹 시대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글로벌 비엔날레의 진화를 엿보게 했다.
덕분에,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는 막을 내리지만 온라인에서는 전 세계 누구나 언제든 어디서든 ‘공생의 도구’ 공예가 전하는 40일의 감동과 기억을 다시 만날 수 있다.
◆ 빈틈없는 방역이 만든 기적의 40일, 위드코로나 시대 국제전시행사의 새 지평 열어
비엔날레에 쏟아진 이러한 호평들은 빈틈없는 코로나19 방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2~3천 명을 넘나드는 위기 속에, 연일 매진 기록을 세우면서도, 단 한 명의 확진자 발생 없이 40일의 비엔날레를 무사히 마친 것은 ‘기적’에 가까운 결과다.
문진표 작성부터 발열 체크, 안심콜, 방역 매트, 에어 소독 게이트, KF-94 마스크 착용 등 무려 6단계의 방역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전시장에 들어설 수 있을 만큼 철저한 방역시스템을 구축한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조직위 구성원들의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예방을 위한 선제PCR 검사 등 안전에 안전을 더한 분투로 위드코로나 시대 국제전시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22년이라는 역사의 힘과 11번의 개최 경험으로 쌓은 내공이 위기 앞에 더욱 빛을 발한 셈이다.
◆ 비엔날레의 글로벌 네트워크 확인 - 초대국가관 주빈국 프랑스와 직지&비엔날레 기반으로 지속적인 교류 약속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그간 11번의 비엔날레로 다진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팬데믹으로 국경이 막히고 국제문화교류마저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도 32개국의 참여를 이끌어낸 공예비엔날레는 2007년 초대국가관 제도를 도입한 이래 처음으로 프랑스를 주빈국으로 맞아 총 3차례의 ‘초대국가의 날’ 행사로 문화교류의 장을 펼쳤다.
이 기간 중에는 필립 르포르(Philippe LEFORT) 주한 프랑스대사와 루도빅 기요(Ludovic GUILLOT) 주한 프랑스문화원장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필립 르포르 대사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그 작품의 형태와 기법은 물론 그 속에 담긴 철학까지 엿보이도록 전시공간을 구성한 비엔날레 측의 탁월한 미적 감각에 매료되었다”는 찬사를 보냈다.
조직위원장인 한범덕 청주시장은 “청주는 1377년 인쇄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면서 지금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직지’가 탄생한 역사문화도시인 만큼 ‘직지’와 ‘공예비엔날레’를 토대로 앞으로 양국이 더욱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길 바란다”는 제안을 했다.
이미 프랑스를 대표하는 공예협회 ‘Atelier d’Arts de France’와의 긴밀한 협의 끝에 2022년 파리에서 개최하는 국제공예박람회 Révélations(헤벨라시옹)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은 조직위는, 앞으로 세계 각국과 더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2023년 더욱 진화한 공예비엔날레로 돌아올 것을 예고했다.
◆ 선언을 넘어 현실로, 공예도시 청주의 과제
호평이 지배적이었지만 모든 행사가 그러하듯 아쉬움도 있었고, 대부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자가 격리 의무 방침으로 해외 참여 작가 다수의 한국 방문이 불발됐고, 이번 달부터는 야외에서 진행하던 일부 행사가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중단되기도 했다.
또 방역과 안전을 위해 한 방향으로 구축한 전시장 내 강제 동선은 때로 관람 자유를 방해하는 제한요소가 되기도 했다.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아쉬움은 동시에 현장을 찾은 관람객의 우려를 털어내고 안전 비엔날레를 구현할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공예도시 청주 선언’이 그저 선언으로 그치지 않게 하는 일이다.
조직위는 ‘공예도시 청주 선언’을 위해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를 적극 활용해 청주의 공예문화진흥을 비엔날레가 선도할 수 있도록 조례 등 명료한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공예연구소 설립, 공예 전문기관 유치, (가칭)공예전문학교 창설, 공예도시회의 개최 등 연구진이 제시한 추진 과제들을 현실화 하는 일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국제공예공모전 공예도시랩 부문의 수상자들이 제안한 다양한 기획을 반영한 후속 프로그램을 개발해 선언의 실현에 동력을 더한다는 방침이다.
공예도시 청주 선언을 넘어 현실로,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이제 새로운 대장정 의 출발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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